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 '부고니아' 부산국제영화제서 공개
장준환 감독의 컬트 히트작 '지구를 지켜라'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손에서 '부고니아'로 새롭게 태어나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습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부고니아'는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확신하는 두 청년이 거대 기업 CEO 미셸(엠마 스톤)을 납치하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는 미셸의 회사 물류센터 직원 테디(제시 플레먼스)가 동거하는 사촌 돈(에이든 델비스)에게 미셸이 지구를 침범한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테디 형제는 미셸을 납치하고 외계인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려 하지만, 미셸은 황당해합니다. 과연 테디 형제는 '타칭 외계인' 미셸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부고니아'는 원작 '지구를 지켜라'의 전개와 유사하며, 테디 형제가 미셸을 외계인으로 몰아가는 과정, 납치, 심문 장면 등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서 백윤식이 연기했던 사장 역이 여성 CEO 미셸로 성별이 전환되었다는 점입니다.
성별 전환으로 인해 원작의 수위 높은 고문 장면들은 미셸과 테디 형제 간의 치열한 대화로 대체되었습니다. 시각적인 폭력은 줄어들었지만, 대화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또 다른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지구를 지켜라'가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부고니아'는 평범한 노동자인 테디 형제가 처한 현실적인 상황에 집중하며, 원작의 블랙 코미디에서 '블랙'의 비중을 더 높였습니다.
여기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음악이 더해져, 테디 형제의 비현실적인 상상과 사회적 현실을 교차하며 이야기가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테디의 과거가 드러날 때 흐르는 음악은 현재 시점과 강렬한 대비를 이룹니다.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란티모스 감독만의 색깔을 입힌 '부고니아'는 원래 장준환 감독이 연출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무산되었습니다. 대신 드라마 '석세션', 영화 '더 메뉴'의 각본을 쓴 윌 트레이시와 협력했습니다. 2018년부터 CJ ENM이 영어 리메이크 시나리오, 감독, 배우, 제작사 패키징 등 기획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7년에 걸친 개발 끝에 완성된 '부고니아'는 원작 속 남매에서 사촌 형제로, 납치된 피해자는 남성 사장에서 여성 CEO로 바뀌었지만, 작품이 가진 아이러니함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마치 회색과 진회색처럼, 같은 색의 미묘한 톤 차이를 보여줍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특유의 초현실적이고 기괴한 분위기, 블랙 유머로 전 세계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더 랍스터', '더 페이버릿', '푸어 씽스' 등이 있으며, 인간 본성과 사회 규범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종종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연출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