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K팝 본고장 한국으로…中 보이그룹 엠빅, 이어 하이브 앤팀도 '역진출' 성공
과거 '팝의 본고장' 미국을 향했던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시선이 이제는 'K팝의 본고장'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11일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팝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한국 진출을 목표로 삼는 해외 아이돌 그룹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미국 시장 진출이 가수들의 오랜 꿈이었다면, 이제는 K팝의 발상지인 한국에서의 성공이 곧 글로벌 성공으로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데뷔한 중국인 5인조 보이그룹 엠빅(AM8IC)은 K팝 가수를 꿈꾸며 한국에 왔다. 이들은 데뷔 쇼케이스에서 아직 서툰 한국어로 “어릴 때부터 K팝을 좋아했다”며 “K팝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밝혔다. 멤버들은 방탄소년단, 엑소,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등 K팝 그룹들을 보며 자랐다며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엠빅의 소속사 토브엔터테인먼트의 윤범노 대표는 중국 현지에서 활동 기반을 다져온 안무가 출신 제작자로, 지난 7년간 중국 50개 기획사에서 800명 이상의 연습생을 교육했다. 윤 대표는 전원 중국인 멤버로 K팝 팀을 꾸린 이유에 대해 “제 바람이자 꿈이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팝 그룹으로 성장시켜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엠빅은 비록 한국인 멤버는 없지만, K팝의 본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타이틀곡 ‘링크 업(Link Up)’에는 한국어 가사가 필수적으로 포함됐다. 이는 일부 K팝 아티스트들이 해외 시장 공략을 이유로 한국어 가사 비중을 줄이거나 배제하는 행태와는 대조를 이룬다.
멤버들의 비주얼, 퍼포먼스, 세계관 등도 전형적인 K팝 시스템을 따른다. 윤 대표는 “엠빅을 준비할 때 한국과 중국의 어떠한 경계도 두지 않았다”며 “철저하게 K팝 시스템 안에서 육성하고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K팝 본고장’을 향한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해외에서 데뷔하더라도 한국 시장에 진출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만 ‘최정상급’ K팝 그룹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하이브의 앤팀(&TEAM)과 SM엔터테인먼트의 엔시티 위시(NCT WISH), JYP엔터테인먼트의 넥스지(NEXZ) 등도 한국과 일본 활동을 병행하지만, 팀의 근간은 한국 활동에 맞춰져 있다.
특히 일본 현지화 그룹이었던 앤팀은 일본 데뷔 3년 만인 최근 한국에 정식 데뷔했다. 한 관계자는 “다른 팀들과 달리 앤팀은 이미 일본에서 성과와 인기를 입증한 상태였다”며 “이례적인 경우지만,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데뷔와 동시에 빠른 성과를 내면서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앤팀이 지난달 28일 발매한 한국 미니 1집 ‘백 투 라이프(Back to Life)’는 발매 첫날 1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단숨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앤팀은 일본 싱글 ‘고 인 블라인드(Go in Blind)’로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바 있어, 일본 선 데뷔 후 한국 후진출 전략의 성공을 입증했다.
다만, ‘K팝 본고장’이라는 명성만큼이나 무늬만 K팝인 팀에 대한 대중의 잣대는 엄격하다. K팝이 다국적 시대로 변모하며 외국인 멤버 구성은 유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K팝을 지향하면서도 한국어 가사가 없거나 K팝 정체성에 대한 발언 등이 부족할 경우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K팝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는지 여부”라며 “K팝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케이(K)’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네티즌들은 '진정한 K팝은 한국어 가사가 필수'라며 엠빅의 행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앤팀의 '역진출' 성공에 대해서는 "역시 한국 시장이 제일 어렵다", "K팝 그룹으로 인정받으려면 한국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등 놀라움을 표현하며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