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스 김성재 사망 30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그것이 알고 싶다’도 막은 미스터리
1990년대 아이콘이었던 그룹 듀스의 멤버 고(故) 김성재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수십 개의 주삿바늘 자국, 동물마취제 성분 검출, 상반된 법원 판결, 그리고 방송금지 결정까지. 사건 자체는 종결되었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서는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김성재는 1995년 11월 20일, 솔로곡 ‘말하자면’으로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던 중 서울 홍은동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음악 방송 복귀 바로 다음 날의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사망 전날 밤, 어머니와 통화하며 “엄마, 나 잘해냈어. 내일 아침 일찍 갈게. 내일이면 엄마가 만들어주는 김치랑 밥 먹을 수 있어”라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지만, 이 통화가 그의 마지막 음성이 되었습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약물 과다 복용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김성재의 오른쪽 팔에서 발견된 28곳의 주삿바늘 자국은 오른손잡이였던 그가 직접 놓았다는 설명과는 상반되어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 졸레틸, 틸레타민 등 동물마취제 성분이 검출되었고, 부검의는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초기 결론은 곧바로 거센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연인이었던 A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사건 당일, 호텔 스위트룸에는 A씨를 비롯해 미국인 댄서 2명, 국내 댄싱팀 4명, 매니저 B씨 등이 함께 있었으나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A씨가 사건 직전 동물병원에서 동물용 마취제와 주사기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A씨가 김성재에게 수면제를 주사한 뒤 다른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는 애견 안락사를 위해 졸라제팜을 구매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이로써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는 판결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살해 도구로 지목된 주사기 등 핵심 물증 미확보, 살해 장소 및 방법, 시간대에 대한 수사의 공백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사고사나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이 판단을 유지하며 A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법정에서는 용의자도, 범죄도 사라졌지만, 김성재의 죽음은 30년째 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반복해서 공론의 장으로 소환되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19년 ‘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을 다루려 했으나, A씨 측이 명예 및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결국 방송은 전파를 타지 못했습니다. 제작진의 재시도 역시 같은 결과를 맞으며, 이 사건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다루기 어려운 ‘금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김성재의 동생 김성욱은 형의 음악적 색깔을 이어받는 솔로 가수로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김성재의 목소리를 복원한 듀스의 신곡 ‘라이즈’가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1993년 발표된 듀스의 ‘나를 돌아봐’, ‘우리는’, ‘여름 안에서’ 등의 히트곡들은 여전히 90년대 음악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3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사건이라니 정말 답답하다', '듀스는 나의 어린 시절인데,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슬프다', '김성재 님의 명복을 빌며,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건의 진실 규명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