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에비타', 반세기 사랑받는 이유… "꿈과 열정, 그리고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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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비타', 반세기 사랑받는 이유… "꿈과 열정, 그리고 빛과 그림자"

Yerin Han · 2025년 11월 22일 21:20

아르헨티나의 국모(國母) 에바 페론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뮤지컬 '에비타'가 오는 1월 1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1952년,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던 날. 단 한 사람, 에바 페론을 추모하기 위해 열흘간 공식 업무가 중단되고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비천한 신분에서 시작해 한 나라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그녀의 이야기는 1979년 뮤지컬 '에비타'를 통해 다시 세상에 알려졌고, 1996년 영화, 2006년 한국 초연으로 이어져 왔다.

국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에비타'는 사생아로 태어나 생존을 위해 수많은 남자를 유혹했던 '에비타'의 삶을 조명한다. 하지만 작품은 그의 과거뿐만 아니라, 왜 그를 '아르헨티나의 성녀'라 불리는지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며 '존경과 찬사'와 '비난과 불편함'이라는 극명하게 나뉘는 평가를 '체(CHE)'라는 내레이터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홍승희 연출은 '에비타'가 반세기 넘게 사랑받는 이유를 '정치나 역사 그 자체보다 '꿈을 향한 인간의 열정과 그로 인한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대가 변해도 관객들은 에비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은 김소향, 김소현, 유리아가 에비타 역을 맡아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마이클 리, 한지상, 민우혁, 김성식 등이 '체' 역으로, 손준호, 윤형렬, 김바울이 '후안 페론' 역으로 출연한다. 3개월간의 맹연습 끝에 배우들은 팀 라이스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곡들을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소화해내고 있다.

여기에 박력 넘치는 현대무용, 탱고 등 역동적인 안무와 앙상블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가 더해져 마치 댄스크루의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김성식의 아크로바틱 또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볼거리다.

뮤지컬은 에바 페론이 국민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한 인물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밑바닥 인생에서 남성의 권력을 이용해 최고 자리에 서려는 그의 야망과 동시에 빈민 구제, 노동자와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그의 진정성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체' 역의 배우들은 군중심리를 이용한 야망, 동정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야욕, 가난한 계층을 이용한 사기극 등 에바 페론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을 대변한다. 에바 페론이 부르는 'Don't cry for me, Argentina'가 단순한 호소가 아닌, 스스로를 위로하는 눈물은 아니었을까 하는 해석을 낳기도 한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가려진 에바 페론의 외롭고 허전한 삶은 앙상한 철재로 표현된 세트와 흑백 영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밝은 조명과 관객석을 향해 나아가는 테라스는 그의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며, 흑백 영상 속 군중들은 존경심을 담아 그를 바라본다.

다만, 협소한 무대 크기와 다소 아쉬운 음향은 작품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튼콜 후 '체'의 앵콜 무대와 '3단 박수법'은 공연을 끝까지 즐길 수 있는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에비타'는 내년 1월 1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

관객들은 "김소향 배우의 압도적인 가창력에 소름 돋았다", "에바 페론이라는 인물이 가진 복잡한 면모를 잘 보여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Don't cry for me, Argentina' 넘버는 정말이지 압권이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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