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어른 되지 못한 청춘들의 처절한 생존기, '콘크리트 마켓'

Article Image

미처 어른 되지 못한 청춘들의 처절한 생존기, '콘크리트 마켓'

Jihyun Oh · 2025년 12월 3일 21:10

재난 이후, 통조림을 짊어지고 생존을 위해 '황궁마켓'을 오가는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콘크리트 마켓'이 개봉했습니다.

이 작품은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황야'(2024)와 세계관을 공유하며,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 단지에 형성된 황궁마켓에서 생존을 위한 거래가 시작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립니다.

'콘크리트 마켓'은 재난 이후 현실에 적응해가는 이들의 생존 방식을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청춘들을 전면에 내세워 조명합니다. 아직 미성숙한 이들이 아포칼립스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묻는 질문과 함께, 리드미컬한 음악과 함께 초반부가 빠르게 전개됩니다.

작품 속에서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몸뿐이며, 성매매가 이뤄지는 8층은 철민(유수빈 분)이 관리합니다. 박 회장의 피라미드형 권력 아래 희로(이재인 분), 태진(홍경 분) 등은 구역을 나눠 통제하며 규칙과 도덕성은 희미해지고 오직 생존 본능만이 작동합니다.

이러한 권력 구조 속에서 희로는 '균열'이 됩니다. 태진과 철용 사이를 오가며 박 회장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우는 희로는 재난 이전부터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황궁마켓에 빠르게 적응하고 냉정하게 생존 전략을 쌓아 올립니다. 재난 속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교차됩니다.

하지만 당초 7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작품이 극장판으로 편집되는 과정에서 방대한 세계관을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담아내기엔 인물 관계와 서사가 단순화되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희로의 전략은 단조롭고, 전개는 '대략적인 느낌'에 머물러 관객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또한 인간을 공격하는 '야귀'의 정체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캐릭터 간의 관계성 또한 촘촘하지 못하며, 특히 태진의 미선(김국희 분)을 지키려는 감정선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8층의 설정 역시 한계점을 드러냅니다. 극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성적 피해자로 내몰리는 현실을 차용했지만, 미선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복선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성=피해자'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박 회장 역시 재난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면적인 빌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영탁(이병헌 분)과 비교하면 입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강렬한 음악과 챕터를 알리는 텍스트는 직관적이지 않은 문구들로 인해 이후 전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아 시각적으로는 강렬하지만 결이 어긋난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럼에도 '콘크리트 마켓'은 재난물 속 청춘의 시선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추후 공개될 시리즈에서는 이 세계관이 더욱 친절하고 촘촘하게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숙제로 남았습니다.

영화 '콘크리트 마켓'에 대해 누리꾼들은 '청춘들의 생존기가 흥미롭다', '세계관 확장이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드라마가 영화로 편집되면서 서사가 많이 아쉽다', '몇몇 설정이 좀 더 깊이 있게 다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