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 23년 전 네덜란드 인종차별 폭로 "동료들이 나만 보면 반대로 가"
축구선수 출신 이영표가 23년 전 해외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고백했다.
3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배달왔수다’에서는 이영표가 출연해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2002년 12월부터 2018년 여름까지 네덜란드, 영국,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 무려 16년간 해외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 자녀를 각기 다른 나라에서 양육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영표는 “첫째는 네덜란드, 둘째는 영국, 셋째는 캐나다에서 낳았다”며 “세 자매 국적이 다 다르냐”는 질문에 “국적은 다 한국”이라고 답했다. 그는 “캐나다는 그쪽에서 태어나면 국적을 준다. 저 같은 경우는 한 달 전에 일부러 한국에서 셋째를 출산했다. 국가대표였으니까 부모와 자식이 같은 국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초반 해외 리그 진출이 흔치 않던 시절, 이영표는 네덜란드 진출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을 여전히 변방으로 생각할 때였고, 인종차별도 있을 때였다”며 “PSV에 가서 저한테 공을 안 주더라. 무조건 공 받을 찬스가 생기면 저한테 와야 하는데, 저를 보면 반대로 가고 그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텃세라기보다는 선수들이 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 거였다. 템포가 맞아야 하는데 공이 저한테 오면 친구들이 ‘느리다, 템포가 안 맞는다’고 불평했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이영표는 오히려 더 집중력을 발휘해 실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동안 그러다가 네덜란드에서 강팀과 대결했는데, 제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2대 0으로 승리했다. 그 다음 날부터 동료들의 패스가 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함께 출연한 조우종은 “공항이든 스타디움이든 같이 중계하러 다니는데, 낯선 외국 선수들이 이영표를 경외심 섞인 눈빛으로 보며 ‘나 너의 플레이를 봤고, 심지어 그 팀에서 뛴 적도 있다’고 말할 때 옆에 있던 저 마저도 자랑스러웠다”며 이영표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이영표 선수 정말 대단하시네요", "외국에서 이런 차별을 겪으셨다니 마음 아프다", "그래도 이겨내고 레전드가 되신 모습 멋지십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