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 20년 공들인 '어쩔수가없다'로 관객과 만난다
박찬욱 감독이 무려 20년 만에 가장 대중적인 블랙코미디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선보인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삶의 만족을 느끼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해고된 후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매 작품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장면 곳곳에 숨겨진 미학적 재미와 절박한 캐릭터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화려한 색감과 소품, 그리고 빈틈없는 구도는 관객들이 2시간 동안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살색과 유혈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폭력적인 느낌보다는 고매한 스릴감을 선사한다.
기존 박찬욱 감독 작품들의 소재적 허들을 넘어, '어쩔수가없다'는 실직과 재취업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피고용인 집단의 연대감을 자극하며, 국경, 직종, 성별, 나이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웃음과 눈물을 넘나드는 블랙코미디 요소는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 담긴 재취업의 절박함과 생존을 위한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는 가볍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해고 노동자가 재취업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절박한 상황에서 도덕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배우 이병헌이 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모든 디테일을 살려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또한, 손예진은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에서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을 선보이며,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등 베테랑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연 또한 빛을 발한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미 제8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관객상 수상,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39분 상영. / monamie@osen.co.kr
박찬욱 감독은 1997년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처음 접한 후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작품을 영화화할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감독 특유의 예술성을 녹여내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번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많은 준비 기간을 거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