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박찬욱 감독과 25년 만에 재회… '어쩔수가없다' 속 비극적 코미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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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박찬욱 감독과 25년 만에 재회… '어쩔수가없다' 속 비극적 코미디 분석

Doyoon Jang · 2025년 9월 25일 21:15

배우 이병헌과 박찬욱 감독이 25년 만에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다시 만났다. 분명 코미디는 아니지만 웃음을 자아내고, 그 웃음 속에서 슬픔과 기괴함을 느끼게 하는 비극적 코미디다. 박찬욱 감독은 '웃길수록 좋다'는 주문을 했고, 이병헌은 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제지 회사에 몸담았던 만수(이병헌 분)가 해고된 후 재취업을 위해 극한의 선택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다.

국내 개봉 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이 영화는 국가,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다. 이병헌은 "우리나라에서도 관객 반응이 다를 때가 있다. 의도치 않은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는데, 아마 만수의 처지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 만수는 25년간 헌신했던 회사에서 '토사구팽' 당한 후,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간다. 이는 만수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병헌은 "만수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 평생 일궈온 삶,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그의 살인은 영제처럼 'No Other Choice'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병헌은 "이 영화는 거대한 비극이다. 만수가 죽이는 인물들은 결국 자기 자신과 닮아있다. 그들을 죽여나가는 과정은 곧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남편의 잘못을 묵인하는 아내 미리(손예진 분)의 모습은 결국 가정이 파괴됨을 보여주며, 이는 만수와 이병헌 모두에게 비극으로 다가온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는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된 대본에 녹아들었다. 처음에는 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외화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한국 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이병헌은 "각색 후 캐릭터와 상황이 한국에 맞춰지니 현실감이 느껴졌다"며 "감독님께 '이거 웃긴 거냐'고 물었을 때 '웃기면 웃을수록 좋다'고 하셨다. 감독님과 나의 유머 코드는 조금 다르지만, 웃음 적중률은 내가 조금 더 높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병헌과 박찬욱 감독은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25년 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은 '전작이 실패한 감독과 배우'라는 공통점에서 시작해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탄생시켰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에 대해 "인생의 큰 형이자 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고민스러울 때 가장 먼저 찾는 좋은 형"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병헌은 1991년 KBS 드라마 '산울림'으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내부자들', '달콤한 인생',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다수의 히트작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할리우드 진출작 '지.아이.조'를 시작으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매그니피센트 7' 등에서도 활약하며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