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계 대부 전유성, 76세 일기로 별세…후배 양성·새로운 시도 앞장섰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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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계 대부 전유성, 76세 일기로 별세…후배 양성·새로운 시도 앞장섰던 선구자

Eunji Choi · 2025년 9월 26일 05:06

국내 최초의 크리에이터라 불릴 만한 삶을 살았던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이 25일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들려 했던 그는 후배들과 격 없이 지내며 어려운 처지의 동료들을 다방면으로 도왔다.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그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영화사에서 일하다 TV 연기자의 꿈을 꿨지만, 오디션 낙방 후 코미디계로 전향했다. 방송 작가로 일을 시작했으며, 1980년대 서세원, 주병진, 김형곤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하며 노련한 아이디어로 후배들을 뒷받침했다.

1990년대 중반 SBS '좋은 친구들'의 '전유성을 웃겨라' 코너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좀처럼 웃지 않는 모습으로 시민들의 개인기를 받아냈고, 이 코너를 통해 개그맨 박준형이 처음 방송에 데뷔하기도 했다.

KBS '개그콘서트'의 원안자로 알려진 그는 대학로 소극장 개그를 방송으로 끌어들인 선구자였다. 또한 '코미디 시장'이라는 극단을 운영하며 안상태, 김민경 등 다수의 스타 코미디언을 발굴했다. 그는 겸손하게 "오디션 봐서 뽑으면 어차피 될 놈을 뽑는 거지, 내가 키우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문세, 주병진, 김현식, 팽현숙, 조세호, 김신영, 한채영 등 수많은 스타들이 그의 안목과 도움으로 방송계에 입문하거나 재능을 펼칠 수 있었다.

심야 볼링장, 심야 극장 등 선구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고안했으며, 그의 저서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에는 '신선한 공기를 캔에 담아 팔기'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또한 컴퓨터 관련 서적으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까지 방송 활동을 이어왔던 그는 두 달 전 김용만, 지석진, 김수용의 유튜브 채널 '조동아리'에 출연한 것이 유작이 되었다.

폐기흉 증세 악화로 전북대학교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결국 25일 밤 9시 5분경 병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되었으며, KBS에서 노제를 치른 뒤 남원 지리산 자락에 수목장으로 안장될 예정이다.

전유성은 1969년 영화 '창공'으로 데뷔했으나, 연기에 뜻을 접고 방송계로 전향했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방송 작가로 활동하며 코미디 프로그램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1980년대에는 수많은 코미디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개그계 대부'로 불렸다.